쉬는 날인데 아무것도 못 했어요
쉬는 날이면 나를 위해 남겨 둔 시간이 먼저 사라져요. 부탁 하나에 대답하고 나면, 하루가 누구의 것이었는지 헷갈려요.
쉬는 날에도 가족의 부탁을 받아 돌봄을 이어 가던 민아가, 자신의 하루가 사라지는 순간을 상담가와 마주해요.
토요일 아침, 동생 준호는 아버지를 민아에게 맡기고 자리를 떠나요. 민아는 잠깐 나가려던 발걸음을 멈추고, 저녁에는 다음 날 돌봄을 부탁하는 메시지를 받아요. 상담가는 민아가 부탁에 대답하기 전 확인할 수 있는 빈 시간을 짚어 줘요.
쉬는 날에도 부탁을 맡을 때
돌봄이 길어질수록 쉬는 날의 시간까지 부탁에 묶여 움직일 수 있어요. 먼저 둘 사이가 갈라지는 순간을 살펴봐요.
쉬는 날에 가장 자주 끊기는 일은 무엇인가요?
쉬는 날인데도 부탁 하나가 들어올 때마다 신발을 벗고, 그날의 시간은 조용히 다른 사람 쪽으로 기울었어요. 저는 그 장면에서 돌봄을 맡은 사람의 하루와 돌봄이 필요한 시간이 한 덩어리로 묶여 있던 것을 봤어요. 비슷한 날을 지나고 있다면, 말하지 못한 대목까지 천천히 들려주셔도 좋아요.
장면
- 01 · 동생이 두고 간 부탁 동생이 두고 간 부탁 — 토요일 아침, 준호는 장바구니를 내려놓자마자 현관문 쪽으로 몸을 돌려요. 준호: 누나, 나 오늘은 약속 있어서. 아버지 저녁까지 좀 봐 줘. 민아: 응.

- 02 · 신발을 벗은 오전 신발을 벗은 오전 — 현관에서 신발을 신던 민아가 아버지의 목소리를 듣고 다시 신발을 벗어요. 아버지: 민아야, 물 좀 줄래? 민아: 응.

- 03 · 또 부탁한 저녁 또 부탁한 저녁 — 저녁이 되자, 하루 종일 미뤄 둔 운동화 옆에 놓인 휴대전화에 준호의 다음 부탁이 담긴 메시지가 떠요. 준호: 내일도 누나가 봐 줄 수 있어?

- 04 · 빈 줄을 가리킨 손 빈 줄을 가리킨 손 — 민아가 “쉬는 날인데 아무것도 못 했어요”라고 말한 뒤, 온유 선생은 메모지의 빈 줄을 짚어요. 온유 선생: 민아님, 다음 부탁이 오면 바로 대답하기 전에 몇 시까지 가능한지부터 적어 보는 건 어때요? 민아: 그걸 먼저 말해도 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