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판을 세 번 덮었어요
카페에 혼자 앉은 은재는 두 회사의 채용 제안서를 번갈아 읽다가 메뉴판부터 덮었어요.
두 회사의 채용 제안 사이에서 결정을 미루던 은재가 카페에서 해월 도사와 조건을 나란히 적어 보다가, 고를 때마다 잃을 것만 세고 있었다는 사실 앞에서 멈춰요.
평일 오후, 은재는 카페 창가에서 두 회사의 채용 제안서를 번갈아 읽으며 주문조차 고르지 못해요. 친구의 전화는 한쪽을 재촉하지만, 은재는 어느 쪽도 입 밖에 내지 못해요. 약속 시간에 온 해월 도사는 두 선택을 같은 종이에 적어 보자고 하고, 무엇을 얻는지보다 무엇을 두고 가야 하는지가 먼저 보였는지 물어요. 은재는 마감이 적힌 두 제안서 사이에 손을 둔 채, 어느 쪽을 택해도 지금의 자신을 배신하는 것 같다고 털어놓아요.
고를수록 잃는 것만 보일 때
결정이 막힐 때는 어느 쪽이 맞는지보다, 각 선택에서 무엇을 잃는다고 느끼는지 따로 보면 고민의 모양이 또렷해져요.
요즘 미루고 있는 선택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손실은 무엇인가요?
메뉴판을 세 번 덮는 동안에도, 두 제안서의 마감은 그대로 가까워지고 있었어요. 제가 눈여겨본 건 어느 회사가 더 나은지가 아니라, 고를 때마다 은재가 얻을 것보다 두고 갈 것을 먼저 셌다는 대목이에요. 비슷한 갈림길 앞에서 자꾸 종이만 덮고 있다면, 그때 눈에 들어온 장면을 들려주셔도 좋아요. 이야기는 그 장면 다음으로 이어져요.
장면
- 01 · 01 · 덮인 메뉴판 세 번째로 덮다 — 은재는 두 회사의 채용 제안서를 번갈아 읽다가 메뉴판을 세 번째로 덮어요. 박은재: 죄송한데요, 조금만 더 볼게요.

- 02 · 02 · 먼저 고르라는 전화 한쪽부터 고르기 — 친구가 전화로 “연봉 높은 쪽부터 잡아”라고 하자, 은재는 들고 있던 제안서를 다시 내려놓아요. 친구: 일단 연봉 높은 쪽부터 잡아. 고민은 들어가서 해도 되잖아. 박은재: 그렇게 고르면 끝날 줄 알았는데, 자꾸 다른 쪽이 보여.

- 03 · 03 · 나란히 놓인 두 길 같은 종이 위에서 — 해월 도사는 빈 종이에 선을 긋고, 두 회사의 이름을 양쪽에 나란히 적어요. 해월 도사: 은재님, 둘 다 같은 종이에 놓고 보니 어느 쪽 조건이 먼저 걸려요? 박은재: 좋은 조건보다 포기해야 하는 것부터 보여요.

- 04 · 04 · 고르면 잃는 것 남은 말 한마디 — 은재는 두 제안서 사이에 손을 내려놓고 처음으로 해월 도사를 바라봐요. 박은재: 어느 쪽을 골라도, 지금까지 버틴 저를 제가 배신하는 것 같아요. 해월 도사: 그 말이 나오기 전에는, 두 길 중 어느 쪽이 더 무거웠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