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를 받고 나서 이사 갈 곳을 지웠어요

진료실을 나온 뒤, 서윤은 가고 싶던 곳의 주소부터 지웠어요. 그런데 지운 건 주소 하나가 아니었어요.

진료를 받고 나온 서윤은 새 도시로 옮기려던 계획을 지우고, 그 결정을 이미 끝난 일처럼 주변에 알리기 시작해요.

서윤은 오래 준비한 이직과 이사를 앞두고 진료를 받아요. 진료실을 나온 뒤 동료가 보낸 동의서와 어머니의 전화를 차례로 마주하면서, 아직 결정하지 않은 일을 먼저 접어 버리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돼요. 상담가 해월 도사는 두 길을 한 장의 지도 위에 놓고, 서윤이 무엇을 먼저 지우고 있는지 묻는 데서 이야기를 멈춰요.

결정하기 전에 한쪽을 지울 때

큰 결정을 앞두면 무엇을 고를지보다 무엇을 먼저 없애고 있는지부터 살펴보면, 다시 볼 수 있는 것이 생겨요.

최근에 아직 정하지 않았는데 먼저 지워 버린 선택지는 무엇이었나요?

진료실을 나와 이사 갈 도시의 주소부터 지우던 장면이 오래 남아요. 저는 그때 서윤 씨가 한쪽 길을 고른 것보다, 몸을 살피고 나온 자신을 결정에서 먼저 빼고 있었다는 점을 보게 됐어요. 혹시 비슷하게 멈춘 순간을 안고 있다면, 그때 지우기 전에 무엇을 보고 있었는지 들려주셔도 좋아요.

장면

  • 01 · 진료 뒤 진료 뒤 — 진료를 받고 나서 서윤은 오래 준비한 이사 계획을 확인하려고 휴대전화를 켰어요. 화면 맨 위에는 출판사 인사팀이 보낸 동의서 알림이 떠 있었어요.진료 뒤 — 서윤이 병원 출입구 앞에서 진료 영수증과 휴대전화를 번갈아 내려다본다.
  • 02 · 지운 주소 지운 주소 — 서윤은 동의서의 새 근무지 주소를 지우고, 출판사 인사팀에 짧게 답장을 보냈어요. 아직 정하지도 않은 일이었는데, 문장만 보면 이미 접은 사람 같았어요. 서윤: 이번 발령은 안 갈게요.지운 주소 — 서윤이 휴대전화의 이사 동의서 화면에서 새 근무지 주소를 지운다.
  • 03 · 엄마의 전화 엄마의 전화 —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어요. 서윤이 발령받은 곳으로 가지 않겠다고 말하자, 어머니는 병원에 다녀온 날에는 멀리 가지 않는 게 낫다고 바로 대답했어요. 어머니: 진료까지 받고 왔는데, 굳이 멀리 가야 해? 서윤: 응. 그래서 안 가려고.엄마의 전화 — 서윤이 버스정류장 의자에 앉아 어머니와 통화한다.
  • 04 · 겹친 지도 겹친 지도 — 다음 날, 서윤은 상담 자리에서 이사할 도시와 지금 사는 동네가 함께 표시된 지도를 꺼냈어요. 해월 도사는 두 곳 사이에 빈칸 두 개를 나란히 그어 놓고, 서윤이 먼저 지운 주소를 바라봤어요. 해월 도사: 서윤 님, 두 길 중에서 어느 쪽이 더 마음에 걸렸나요? 서윤: 저는 이미 안 가기로 했는데요.겹친 지도 — 서윤이 접힌 지도를 탁자 위에 올려놓고, 해월 도사가 지도 옆에 빈칸 두 개를 그려 놓아요.

해월 도사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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