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박스부터 사라네요
거래처에서 갑자기 최소 주문 수량을 열 박스로 올렸어요. 세 박스도 벅찬 장사인데, 그날 밤부터 계산이 달라졌어요.
세 박스씩 물건을 떼어 팔던 작은 사업자가 거래처의 최소 주문 수량 인상 앞에서 주문량과 남은 돈을 한꺼번에 떠안게 돼요.
거래처 직원이 최소 주문 수량을 열 박스로 올려요. 지은은 세 박스만 주문하려다 멈추고, 다음 주에도 같은 조건이 되풀이되자 상담 자리에서 주문량과 남은 돈을 따로 바라보게 돼요.
사업 돈이 한꺼번에 무거울 때
사업에 든 돈을 한 덩어리로 보면 겁이 커져서,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흐름을 나눠 볼 때 다음 장면이 보이기 쉬워요.
사업비를 결정하기 직전에 가장 먼저 확인하는 숫자는 무엇인가요?
열 박스를 사야 다음 물량을 받을 수 있다는 말 앞에서, 세 박스를 고른 손이 자기 장사를 막는 손처럼 보였던 장면이 오래 남아요. 저는 그때 돈의 크기만이 아니라 주문량과 남은 돈과 다음 판매일까지 한꺼번에 떠안고 있었던 모습이 보였어요. 비슷한 밤을 지나고 있다면, 그때 놓인 조건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들려주셔도 괜찮아요.
장면
- 01 · 열 박스부터 열 박스부터 — 거래처 직원이 송장을 포장대 위에 밀어 놓고, 다음 주문부터 최소 주문 수량이 열 박스라고 말해요. 지은: 열 박스요? 거래처 직원: 네, 다음 주문부터 최소 주문 수량이 열 박스예요.

- 02 · 세 박스의 밤 세 박스의 밤 — 지은은 주문 화면의 수량에 삼을 입력해 놓고 손가락을 멈춰요. 옆에는 아직 접지 않은 빈 상자 일곱 개가 놓여 있어요. 지은: 열 박스는 못 놓겠는데.

- 03 · 다시 같은 조건 다시 같은 조건 — 일주일 뒤, 거래처 직원은 전화로 이번 주문도 세 박스면 다음 물량을 빼겠다고 말해요. 지은은 포장대 옆에서 전화기를 귀에 댄 채 움직이지 않아요. 지은: 이번에도요? 거래처 직원: 이번에도 세 박스면 다음 물량은 빼 드리기 어려워요.

- 04 · 세 칸으로 놓기 세 칸으로 놓기 — 지은은 두 장의 송장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아요. 도원 도사는 그 옆에 빈 종이 세 장을 나란히 놓고 손끝으로 차례를 짚어요. 지은: 제가 감당할 수 있는 건 어디에 적어요? 도원 도사: 그것도 한 칸으로 놓고 같이 볼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