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뒤에서 멈췄어요
밤마다 같은 문장을 적었다가 지우는 사람이 있어요. 오늘은 그 문장이 휴대전화 밖으로 나올 뻔했습니다.
다시 노래해 보자는 연락을 받은 나연은 밤마다 답장을 고치지만, 어느 쪽도 보내지 못한 채 다음 날을 맞아요.
나연은 오래 쉬었던 합창 모임에서 다시 함께하자는 연락을 받아요. 잠들기 전, 점심시간, 다시 잠들기 전마다 같은 문장을 적고 지우는 일이 반복되면서, 끝내 목소리는 휴대전화 안에서 멈춥니다.
다시 하고 싶은데 답이 안 나올 때
마음이 망설이는 건 답을 몰라서라기보다, 다시 하고 싶은 마음과 지금의 부담을 함께 살피고 있어서일 수 있어요.
혼자 결론을 내리려 할수록 멈추는 마음도, 이야기를 천천히 풀어 보면 다음 걸음이 조금씩 보일 거예요.
나연님, 보내지 못한 음성보다 그 안에 담긴 ‘이번에는’이라는 말이 더 오래 남았어요. 저는 그 말 앞에서, 다시 가고 싶은 마음과 지금 자리를 지키고 싶은 마음 중 어느 쪽이 더 무거웠는지 궁금해요. 비슷한 순간을 지나고 있다면, 그 이야기도 천천히 들려주세요.
장면
- 01 · 문장 앞의 밤 문장 앞의 밤 — 오래 쉬었던 합창 모임에서 연락이 왔어요. 다음 달 작은 공연에 다시 함께하자는 말과, 이번 토요일 자리를 비워 둘지 묻는 문장이 떠 있었어요. 나연: 이번에는…

- 02 · 남은 말의 무게 남은 말의 무게 — 나연은 ‘가 볼게’와 ‘이번엔 어려워’를 번갈아 적었다고 했어요. 두 문장을 모두 지운 뒤에도 잠들지 못한 시간이 길게 남아 있었습니다. 도원 도사: 그 문장을 지우고 난 뒤, 잠으로 가는 길에서 무엇이 가장 오래 남았나요?

- 03 · 낮에도 같은 자리 낮에도 같은 자리 — 밤에만 멈추는 줄 알았던 손은 점심때도 같은 곳에서 멎었어요. 나연은 답장을 적고, 보내지 않은 채 휴대전화를 뒤집었습니다. 나연: 또 여기까지 썼네.

- 04 · 목소리가 멈춘 밤 목소리가 멈춘 밤 — 끝내 글 대신 목소리를 꺼냈어요. 녹음 막대가 움직이는 동안에는 괜찮았지만, 보내기 버튼 앞에서 나연의 엄지가 다시 멎었습니다. 나연: 이번에는 가 볼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