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제가 할게요
출근길 전동차 문이 닫히기 직전, 유나는 또 먼저 대답했습니다. 같은 말이 점심시간에도 되풀이된 날, 끝내 목 안에 남은 한마디가 있었습니다.
출근길마다 남의 일을 먼저 받아들이던 유나는, 반복되는 대답 끝에 처음으로 입 밖에 내지 못한 말과 마주한다.
아침 지하철에서 갑작스러운 발표를 맡은 유나는 괜찮다고 답한다. 그날 이후 다른 자리에서도 같은 대답을 되풀이하고, 저녁 플랫폼에서 삼킨 말이 목 안에서 멈춘다.
부탁에 먼저 네라고 할 때
남의 기대가 먼저 들릴 때는, 내 손에 이미 든 일도 함께 살펴보면 대답의 폭이 조금 달라져요.
누군가의 부탁에 먼저 네라고 했던 최근 순간에는 어떤 일이 놓여 있었나요?
먼저 내놓은 말과 끝내 나오지 않은 말이 있었나요? 오늘 놓인 조건을 나란히 두고, 어느 쪽이 더 무거웠는지 살펴봐요.
장면
- 01 · 닫히기 직전 01 · 닫히기 직전 — 전동차 문이 닫히기 직전, 팀장의 전화가 왔다. 오늘 발표를 맡아 줄 수 있냐는 물음에 유나는 대답보다 먼저 고개를 끄덕였다. 유나: 네, 제가 할게요.

- 02 · 남은 말의 모양 02 · 남은 말의 모양 — 유나는 그날의 교통카드와 발표 일정표, 휴대전화를 차례로 꺼내 놓았다. 발표가 싫었다는 말은 나오지 않고, 세 물건의 모서리만 자꾸 맞춰졌다. 도원 도사: 그날 앞에 놓인 세 가지 중, 어느 쪽이 더 무거웠어요?

- 03 · 또 맡은 점심 03 · 또 맡은 점심 — 사흘 뒤 점심, 민석은 다음 발표 일정표를 유나 쪽으로 밀었다. 유나는 이번에도 일정표를 먼저 받아 들고, 그제야 손에 젓가락이 없다는 걸 알아차렸다. 민석: 이번에도 네가 맡아줄래? 유나: 네, 제가 할게요.

- 04 · 목 안에서 멈춘 말 04 · 목 안에서 멈춘 말 — 그날 밤, 유나는 전동차가 들어오는 소리보다 먼저 입을 열었다. 오늘은 못 하겠다고 말하려 했지만, 첫마디만 나온 채 목 안에서 다시 접혔다. 유나: 저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