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도 않고 정한 주말
주말 오후, 준호는 이미 식탁을 차려 두었어요. 서하는 초대받은 사람처럼 앉을지, 같이 사는 사람처럼 말할지 망설여요.
주말을 보내는 방식이 다른 연인 사이에서, 한 사람은 계속 먼저 정하고 다른 사람은 뒤늦게 따라가요.
토요일 오후, 준호는 서하에게 묻지 않고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요. 상담 자리에서 서하는 그 일이 단순한 성향 차이인지, 묻지도 않고 정한 일 때문인지 판단하지 못한 채 말을 멈춰요. 다음 주말에도 비슷한 일이 반복되고, 끝내 서하는 오래 삼킨 말을 꺼내요.
묻기 전에 정해질 때
성향 차이라고 넘기기 전에, 함께 정해야 할 일이 이미 정해진 순간부터 살펴봐요.
최근에 누군가가 묻지 않고 정해 버린 일은 뭐였어요?
저는 이미 식탁에 접시를 놓아 둔 뒤에야 함께 먹자는 말을 들었던 장면이 오래 남았어요. 성향 차이라는 말만으로는, 묻지도 않고 정한 일이 사라지지 않으니까요. 비슷한 순간을 지나고 있다면, 그때 가장 먼저 입 밖에 내고 싶었던 말은 무엇이었어요? 그런 이야기도 천천히 들려주세요.
장면
- 01 · 묻지 않은 초대 묻지 않은 초대 — 토요일 오후 두 시, 서하가 장을 봐서 집에 들어왔어요. 준호는 식탁에 접시 세 장을 놓고 있었어요. 준호: 친구들 곧 와. 오늘 같이 먹자.

- 02 · 말보다 먼저 남은 것 말보다 먼저 남은 것 — 서하는 종이컵을 두 손 사이에 세워 두고, ‘같이 먹자’는 말을 다시 꺼냈어요. 초대라기엔 접시가 먼저 놓여 있었어요. 청운 선생: 그 말을 듣고 나서, 먼저 하고 싶었던 말이 뭐였어요?

- 03 · 또 정해진 저녁 또 정해진 저녁 — 다음 주 일요일 오후 다섯 시에도, 준호는 영화표 두 장을 먼저 꺼내 들고 있었어요. 준호: 오늘 영화 보기로 했어. 네가 피곤해도 금방 끝나.

- 04 · 끝내 꺼낸 말 끝내 꺼낸 말 — 그날 밤, 준호가 ‘그냥 같이 있으면 되잖아’라고 말하자 서하는 가방을 내려놓고 식탁 앞에 섰어요. 준호: 또 그렇게까지 생각해? 서하: 나는 묻지도 않고 정한 게 더 싫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