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인데도 쉬면 안 될 것 같아요
서린은 혼자 먹는 점심이 싫은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김밥보다 먼저 손에 잡힌 건, 또 누군가의 부탁이었습니다.
점심시간마다 남의 부탁부터 챙기던 서린이, 혼자라 외로운 마음과 제 몫을 챙기지 못하는 마음을 구분해 보는 순간을 맞는다.
낮 열두 시 십팔 분, 서린은 도서관 계단참에서 김밥 포장을 뜯지 못한 채 휴대전화를 뒤집어 놓는다. 혼자 먹는 점심이 문제라고 여겼지만, 달빛 선녀와 함께 살펴보며 서린은 자기 몫을 먼저 챙기는 일이 미안했던 마음을 발견한다. 마지막에는 먹기, 걷기, 묻기라는 서로 다른 작은 길이 놓이고, 서린의 손은 아직 어느 쪽도 고르지 않은 채 멈춘다.
내 몫을 먼저 챙기기 미안할 때
혼자 먹는 점심이 외로운 마음과, 내 점심을 먼저 챙기기 미안한 마음은 함께 있을 수 있어요.
점심시간에 내 몫을 미루게 되는 건 보통 어떤 때예요?
혼자 있고 싶은 마음과 혼자라서 서운한 마음이 함께여도 괜찮아요. 오늘은 점심 전부를 해결하려 하지 말고, 손이 닿는 한 가지부터 함께 볼게요.
장면
- 01 · 뜯지 못한 점심 01 · 뜯지 못한 점심 — 서린은 점심시간이 십이 분 남았다는 걸 알면서도, 삼각김밥 포장지를 아직 뜯지 못했다. 오전 내내 남의 부탁에는 바로 답했지만, 자기 배고픔은 계속 다음 차례로 미뤘다. 서린: 점심인데도 쉬면 안 될 것 같아요.

- 02 · 밀린 내 몫 02 · 밀린 내 몫 — 혼자 먹는 점심이 싫어서가 아니었다. 오전 내내 주문과 부탁을 받아 적느라, 서린의 점심은 남의 일이 끝난 뒤에야 꺼낼 수 있는 것으로 밀려 있었다. 민지: 서린아, 김밥 안 먹어? 서린: 먹을 건데… 먼저 답장 좀 하고.

- 03 · 미안한 배고픔 03 · 미안한 배고픔 — 서린은 혼자 먹어서 쓸쓸했던 것보다도, 자기 몫을 먼저 챙기면 누군가를 외면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달빛 선녀는 그 말을 고쳐 주지 않고, 종이 토끼를 서린 쪽으로 조금 밀어 놓았다. 달빛 선녀: 당신, 혼자라서 서운한 마음과 쉬고 싶은 마음이 함께여도 괜찮아요. 자기 몫을 챙길 때 올라오는 미안함부터, 천천히 함께 볼게요. 서린: 저는 배고픈 것도 자꾸 나중으로 미뤘네요.

- 04 · 세 갈래 점심 04 · 세 갈래 점심 — 달빛 선녀는 서린 앞에 세 가지 길을 놓았다. 김밥을 세 입 먹고 창가에 앉기, 뒤뜰을 한 바퀴 걷기, 누군가에게 같이 먹어도 되냐고 묻기. 서린은 아직 어느 쪽에도 손을 얹지 않았다. 달빛 선녀: 당신, 오늘의 점심을 다 해내지 않아도 괜찮아요. 마음이 덜 굳는 쪽부터, 하나씩 함께 볼게요. 서린: 셋 다… 조금은 해 보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