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저 하나를 더 놓았어요
혼자 먹을 저녁인데, 수저를 하나 더 꺼냈습니다. 그 뒤로도 손은 다른 자리에서 먼저 움직였습니다.
혼자 사는 유진은 저녁 식탁과 낮의 빈자리에서 자꾸 누군가의 몫을 먼저 준비한다.
유진은 혼자 먹는 저녁에 밥과 수저를 두 개씩 꺼낸다. 상담에서 그 장면을 다시 들여다본 뒤에도 손은 다른 자리에서 먼저 움직이고, 끝내 빈 의자를 향해 삼키던 말을 내놓는다.
혼자 있는 게 더 외로운 날
외로움을 없애려 하기보다, 누군가를 떠올린 바로 그 순간 내 마음이 무엇을 바라는지 살펴봐요.
혼자 견디느라 미처 듣지 못했던 마음도 천천히 들여다보면, 지금 필요한 다정한 한 걸음이 보일 거예요.
당신도 오늘 누군가의 몫을 먼저 마련했다면, 그 장면을 서둘러 뜻으로 바꾸지 않아도 돼요. 그때 손이 먼저 갔는지, 마음이 먼저였는지, 몸은 어땠어요?
장면
- 01 · 그릇이 먼저였다 그릇이 먼저였다 — 저녁 여덟 시 십 분, 유진은 혼자 사는 원룸의 식탁에 즉석밥 두 개를 올렸다. 한 개를 내려놓고도 맞은편 자리에 수저 하나를 더 놓았다. 유진: 하나는 내일 먹지 뭐.

- 02 · 남은 자리 남은 자리 — 다음 날, 유진은 전날 식탁을 찍어 둔 사진을 보여 주었다. 밥은 하나만 비었고, 맞은편 수저는 그대로였다. 달빛 선녀: 수저를 하나 더 놓았을 때, 몸은 어땠어요? 유진: 모르겠어요. 놓고 나서야 혼자인 게 보였어요.

- 03 · 또 비운 점심 또 비운 점심 — 사흘 뒤 낮 한 시, 유진은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두 개를 집었다. 하나는 옆자리에 내려놓고, 빈 의자 쪽으로 몸을 조금 비켜 앉았다. 유진: 이것도 남으면 내일 먹으면 되지.

- 04 · 말끝이 접힌 밤 말끝이 접힌 밤 — 그날 밤, 유진은 친구에게 보내려던 문장을 쓰다 지웠다. 휴대전화를 뒤집어 놓고 빈 의자를 보며, 이번에는 혼잣말처럼 입을 열었다. 유진: 나, 오늘은 혼자 먹기 싫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