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이 나오지 않는 밤
장례식장에 다녀온 뒤, 단체방에 남길 한마디를 고르다가 휴대전화를 내려놓는 분을 위한 이야기예요.
장면
- 장례식장에 다녀와도 답장을 못 해요 — 주차장에 앉아 휴대전화를 쥔 채, 단체방에 남길 한마디를 고르고 있어요.
- 짧게 쓰면 무심해 보일까 봐 — 괜찮다는 말도, 길게 쓴 위로도 지금은 너무 커요. 보내지 못한 문장만 길어져요.
- ‘잘 들어갔어?’를 썼다가 지워요 — 밤 열 시쯤 차 안에서 ‘오늘 와 줘서 고마워’라는 글을 봐요. ‘잘 들어갔어?’를 썼다가 지워요.
- 한 문장에 다 담으려 해서 막혀요 — 장례 뒤에는 사실과 마음과 부탁이 한꺼번에 올라와요. 다 괜찮다고 닫거나 길게 설명하면, 상대도 무엇을 건넬지 놓치기 쉬워요.
- 사실과 필요한 시간을 나눠 적어요 — ‘오늘 장례식장에 다녀왔어요. 지금은 길게 답하기 어려워요.’ 이 정도면 대화가 이어질 자리가 생겨요.
- 답장이 늦어도 말이 끝난 건 아니에요 — 한 줄이 바로 나오지 않는 밤이 있어요. 어려운 부탁이나 오래 묵은 서운함도 사실과 부탁을 나눠서 함께 살펴볼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