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음 표시만 남은 당번표

보낸 메시지에는 읽음 표시만 남았어요. 그 사이 토요일 당번표에는 이미 이름이 올라갔어요.

다시 확인해 달라는 메시지를 보냈지만 답장을 기다리는 동안 토요일 당번이 민준의 몫으로 굳어져 가요.

수아가 묻지 않고 정한 토요일 당번을 두고, 민준은 메신저로 재확인을 요청해요. 답장이 없는 사이 수아는 회의에서 그의 이름을 다시 확정하고, 상담 자리에서 민준은 보내지 못한 문장을 꺼내 놓아요.

읽고도 답이 없을 때

답이 오지 않는 시간에는 내가 무엇을 합의했고 무엇을 아직 묻는 중인지 나누어 보는 데서 시작할 수 있어요.

답이 오지 않아 다음 말을 삼켰던 자리는 어디였어요?

읽고도 답이 없는 화면 앞에서, 다시 보내지 못한 문장이 가장 오래 남았어요. 저는 그때 기다리는 사람이 멈춘 게 아니라, 이미 정해진 일처럼 굳어 가는 자리를 함께 봤어요. 비슷한 순간을 지나고 있다면, 그 자리에서 삼킨 말부터 들려주세요.

장면

  • 01 · 먼저 놓인 당번표 — 월요일 오전, 수아는 인쇄한 당번표를 민준의 키보드 앞에 놓고 토요일 칸을 손끝으로 짚어요. 수아: 이번 주 토요일, 민준 씨가 맡아 줘요. 민준: 저번에 저는 빠지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 02 · 읽음 표시 아래 — 민준은 메신저 창에 ‘토요일 당번은 다시 확인해 주세요’라고 보내요. 답장을 기다리는 동안, 읽음 표시 아래에 커서만 깜빡여요.
  • 03 · 회의에서 굳어진 이름 — 오후 회의에서 수아는 수정한 당번표를 테이블 가운데 펼쳐요. 민준이 다시 확인해 달라고 보냈는데도, 수아의 입에서 그의 이름이 먼저 나와요. 수아: 토요일은 민준 씨가 맡는 걸로 할게요. 민준: 제가 다시 확인해 달라고 보냈는데요.
  • 04 · 지운 문장 앞에서 — 상담 자리에서 민준은 휴대전화를 뒤집어 놓고, 보내지 않은 문장을 말로 꺼내요. 민준: ‘혹시 바쁘시면…’까지 썼다가 지웠어요. 백호 선생: 민준님, 지운 문장에는 뭐라고 쓰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