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장면이 기다리라고 해서

일요일 밤, 서윤은 대답보다 만세력을 먼저 펼쳤어요. 며칠 뒤, 같은 침묵이 다른 자리에서 되풀이됐어요.

사진을 올려도 되냐는 물음 앞에서, 서윤은 자기 대답보다 만세력의 문장을 먼저 찾았어요.

일요일 밤, 친구의 부탁을 받은 서윤은 만세력의 ‘오늘의 장면’을 확인하느라 대답을 미뤘어요. 며칠 뒤 친구가 답이 없자 사진을 올렸고, 서윤은 처음으로 그날의 침묵을 입 밖에 꺼냈어요.

하루의 말을 내 대신 정할 때

만세력은 하루를 대신 결정하는 답이라기보다, 내가 어디에서 멈추는지 살펴보는 참고가 될 수 있어요.

하루의 문장을 본 뒤, 가장 먼저 묻고 싶었던 사람은 누구였어요?

서윤님, 사진을 올려도 되냐는 물음 앞에서 대답 대신 책장을 넘기던 손이 오래 남았어요. 저는 만세력의 문장이 서윤님 대신 말하는 자리가 아니라, 서윤님이 어디에서 멈췄는지 살펴보는 자리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요. 그날 입 밖에 내지 못한 말은 무엇이었을까요? 비슷한 순간을 지나고 있다면, 그 이야기도 천천히 들려주세요.

장면

  • 01 · 사진을 내민 밤 사진을 내민 밤 — 일요일 밤 아홉 시 반, 미정이 서윤의 사진 한 장을 내밀었어요. 서윤은 대답 대신 책상 옆 만세력 책을 펼쳤어요. 미정: 이 사진, 동아리 계정에 올려도 돼? 서윤: 잠깐만. 오늘의 장면부터 보고.
  • 02 · 말하지 않은 답 말하지 않은 답 — 다음 날 오후, 서윤은 만세력 책장을 펴 놓고 휴대전화의 답장 화면을 껐다가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어요. 상담가: 그 문장을 보고 미정 님에게는 뭐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 03 · 이름 없이 붙은 사진 이름 없이 붙은 사진 — 며칠 뒤 저녁, 미정은 서윤의 사진을 이름 없이 게시판에 붙였어요. 서윤은 복도 끝에서 그 모습을 보고 걸음을 멈췄어요. 미정: 답이 없어서 그냥 붙였어.
  • 04 · 처음 나온 한마디 처음 나온 한마디 — 미정이 게시판에서 돌아서자, 서윤은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쥔 채 고개를 들었어요. 미정: 싫었으면 그때 말하지 그랬어. 서윤: 오늘의 장면이 기다리라고 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