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보다 돌봄이 먼저 보여요

하루 종일 누군가를 챙긴 뒤 씻고 나왔는데도, 거울 앞에서 내 얼굴을 오래 보지 못하는 분을 위한 이야기예요.

장면

  • 거울 앞에 서면, 내가 어디 갔는지 모르겠어요 — 하루 종일 누군가를 챙기고 씻고 나와도, 거울 속 내 얼굴이 낯설게 보여요.
  • 내 얼굴을 보려다, 내일 할 일이 먼저 떠올라요 — 쉬는 순간에도 돌봄이 남아 있으면, 나를 살피는 일부터 뒤로 밀려나요. 그게 게으른 탓은 아니에요.
  • 거울을 닦다가, 다시 가족 물건부터 정리해요 — 샤워 뒤 거울에 튄 물을 닦던 손이 멈춰요. 곧이어 세면대에 놓인 가족의 물건을 먼저 치워요.
  • 돌봄이 끝나도 몸은 아직 담당자로 남아 있어요 — 돌봄 소진은 일이 많아서만 생기지 않아요. 돌봄이 끝난 뒤에도 계속 살피는 역할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때 더 오래 남아요.
  • 거울 앞에서 내 몸의 한 곳만 잠깐 봐요 — 오늘은 돌봄 말고 눈썹, 손등처럼 내 몸의 한 곳만 바라봐요. 바로 편해지지 않아도, 내가 다시 내 시야에 들어오는 시간을 살펴봐요.
  • 돌봄을 내려놓아야 내가 보이는 건 아니에요 — 거울 앞에서 나를 한 번 바라보는 일은 돌봄을 버리는 일이 아니에요. 오래 비워 둔 내 자리를 조금씩 확인하는 일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