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먹는 점심에 카드를 펼쳤어요
점심시간만 되면 사람 많은 곳을 피해 자꾸 같은 자리에 앉아요. 오늘은 카드 한 장을 뽑고도, 그 뜻보다 먼저 떠오른 장면이 있었어요.
사람 많은 구내식당을 피해 혼자 먹던 주인공이 점심시간에 펼친 타로 카드 앞에서, 혼자인 사실과 혼자 있어야 한다고 여긴 이유 사이에 멈춰 서요.
스물여섯 살 민서는 회사 구내식당에서 늘 가장 늦은 시간에 혼자 밥을 먹어요. 어느 날 동료가 민서의 빈자리를 보고도 다른 사람들과 먼저 자리를 잡는 모습을 본 뒤, 점심시간마다 혼자 먹는 일이 반복돼요. 민서는 상담 자리에서 타로 카드 한 장을 뽑지만, 카드의 뜻보다 카드 옆에 적어 둔 자신의 질문이 더 오래 남아요. 결정적인 순간, 민서는 오늘도 혼자 앉은 식탁에서 누군가에게 보내려던 메시지를 끝내 보내지 못한 채 화면을 바라봐요.
혼자 있는 점심이 자꾸 걸릴 때
혼자 먹었다는 사실에 ‘혼자여야 한다’는 뜻까지 덧붙였던 마음을 잠깐 나눠 보면, 내가 피한 장면이 조금 또렷해져요.
혼자 먹는 점심을 피하고 싶었던 날, 가장 먼저 떠오른 장면은 뭐였어요?
민서님, 혼자 먹는 점심보다 더 오래 남는 건, 그 자리에 앉기 전에 이미 혼자라고 정해 버린 순간이었어요. 저는 카드보다 민서님이 카드 옆에 적어 둔 한 문장이 더 눈에 남았어요. 오늘도 같은 자리에 앉게 만든 건 외로움이었을까요, 아니면 먼저 말을 꺼내기 어려웠던 마음이 더 컸을까요? 비슷한 점심을 지나고 있다면, 그 이야기도 천천히 들려주세요.
장면
- 01 · 빈자리만 남았어요 01 · 빈자리만 남았어요 — 민서가 식판을 들고 다가갔을 때, 지현은 옆자리 두 곳에 가방을 올려두고 있었어요. 지현: 여긴 우리끼리 앉을게. 민서: 아, 응.
- 02 · 혼자라서가 아니었나 02 · 혼자라서가 아니었나 — 민서는 휴대전화를 엎어 둔 뒤에도 맞은편 빈 의자에서 눈을 떼지 못했어요. 혼자 먹는 게 싫은 건지, 혼자 먹는 사람으로 보이는 게 싫은 건지 알 수 없었어요. 민서: 난 원래 혼자 먹는 게 편한데.
- 03 · 카드 앞의 질문 03 · 카드 앞의 질문 — 민서는 카드 한 장을 뽑고, 그 아래에 ‘점심시간 혼자 있을 때 나는 뭘 피하나’라고 적었어요. 연화 신녀는 카드의 뜻을 먼저 말하지 않고 그 문장을 가리켰어요. 연화 신녀: 카드보다 이 질문을 적을 때 먼저 떠오른 장면이 뭐였어요?
- 04 · 보내지 못한 점심 04 · 보내지 못한 점심 — 금요일 점심에도 민서는 같은 식으로 혼자 앉았어요. 휴대전화에는 ‘오늘 같이 먹을래?’까지 적혀 있었지만, 보내기 직전 손가락이 멈췄어요. 민서: 이걸 보내면, 내가 먼저 매달리는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