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말하려던 걸 먼저 말했어요

이번 주말 이야기를 꺼내기도 전에, 날짜가 먼저 정해졌어요. 말을 끝까지 잇지 못한 채 하루가 지나갔어요.

서연은 남편이 자신의 말을 자꾸 대신 끝내는 일을 겪으면서도, 매번 문장을 접어 버려요.

월요일 아침 식탁에서 남편 민호는 서연이 말을 꺼내자마자 주말 약속을 정해 버려요. 저녁에도 같은 일이 반복되고, 상담실에서 서연은 상대가 말을 끊는 순간, 자신의 침묵이 맞물린 장면을 처음으로 꺼내 놓아요.

내 말이 자꾸 끊길 때

누가 더 옳은지보다 말이 끊기기 바로 전의 장면을 보면, 다음 말을 고를 자리가 생겨요.

누구와 있을 때 말이 가장 자주 중간에서 멈췄어요?

말을 꺼내려던 순간, 상대가 먼저 달력의 날짜를 정해 버린 장면이 오래 남아요. 저는 그때 한 사람의 말만 끊긴 게 아니라, 두 사람이 서로의 말을 끝까지 들어 줄 자리를 잃고 있었다고 봐요. 비슷하게 말이 중간에서 접힌 날이 있다면, 그 장면부터 들려주셔도 좋아요.

장면

  • 01 · 날짜가 먼저 정해진 아침 날짜가 먼저 정해진 아침 — 서연이 “이번 주 토요일은”이라고 입을 열자, 민호가 식탁 위 달력을 자기 쪽으로 끌어옵니다. 서연: 이번 주 토요일은… 민호: 우리 부모님 오시기로 했어.
  • 02 · 펜이 먼저 움직인 저녁 펜이 먼저 움직인 저녁 — 저녁이 되자 서연이 토요일 칸 앞에서 펜을 들었고, 민호가 펜을 먼저 가져가 그 자리에 부모님 약속을 적습니다. 서연: 나한테는 안 물어봤잖아. 민호: 이미 말씀드렸어.
  • 03 · 접힌 문장 하나 접힌 문장 하나 — 다음 날 상담실에서 서연은 말을 시작하다가 손을 오므려 무릎 위에 내려놓아요. 서연: 민호가 제 말을 끊었어요. 저도 그냥 됐다고 했고요. 청운 선생: 그 장면에서 먼저 말을 꺼낸 쪽은 어느 쪽이었어요?
  • 04 · 끝까지 놓지 못한 말 끝까지 놓지 못한 말 — 청운 선생이 빈 카드 한 장을 서연 쪽으로 밀어 놓자, 서연의 손끝이 카드 가장자리 앞에서 멈춰요. 청운 선생: 이번에는 누가 옳은지 말고, 끊기기 직전의 한 문장만 먼저 놓아 볼까요? 서연: 그 말을 해도 또 먼저 말하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