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얘기만 나오면 밥을 삼켜요
검사 얘기를 꺼내자, 도윤은 안내문을 접어 그릇 옆으로 밀어요. 그 뒤로 민아는 같은 말을 식탁 앞에서 번번이 삼켜요.
성건강 검사를 함께 이야기하고 싶은 민아는, 그 말을 꺼낼 때마다 믿음의 문제로 돌리는 연인 앞에서 점점 말을 잃어 가요.
저녁 식탁에서 민아가 검사 이야기를 꺼내자 도윤은 안내문을 치워요. 며칠 뒤에도 같은 일이 이어지고, 상담실에서 민아는 끝내 입 밖에 내지 못한 말을 마주해요.
검사 이야기가 막힐 때
건강을 확인하고 싶은 말과 상대를 의심하는 말은 처음부터 같은 뜻이 아니에요.
건강 이야기를 꺼내려다 가장 자주 멈추는 자리는 어디예요?
식탁 위 안내문이 접혀 그릇 옆으로 밀리던 순간이 오래 남아요. 저는 그때 검사를 말하려던 사람이 건강을 확인하는 자리 대신 믿음을 증명하는 자리에 세워지고 있었다고 봤어요. 비슷한 문턱 앞에서 그때 삼킨 이야기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장면
- 01 · 식탁에 놓인 안내문 말을 꺼낸 자리 — 민아가 ‘검사 얘기’를 꺼내며 안내문을 식탁 가운데 밀어 놓자, 도윤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종이를 접어 그릇 옆으로 밀었어요. 민아: 검사 얘기, 우리 같이 해 보면 어때? 도윤: 밥 먹는데 그런 얘기까지 해야 해?
- 02 · 종이가 버려진 아침 종이를 버리는 손 — 다음 날 아침, 도윤은 접힌 안내문을 분리수거함에 넣었고 민아는 그 손을 붙잡지 못했어요. 민아: 왜 버려? 도윤: 우리 사이에 그런 건 필요 없어.
- 03 · 예약 앞에서 다시 예약 앞에서 멈춘 말 — 일주일 뒤 예약 알림이 울리자, 도윤은 현관 앞에서 한 발 다가와 예약을 취소해 달라고 했어요. 민아는 휴대전화를 가슴 가까이 거뒀어요. 도윤: 그 예약, 취소하면 안 돼? 민아: 왜?
- 04 · 입 밖에 못 낸 말 끝내 남은 한마디 — 민아는 검사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도윤의 말부터 달래느라, 자기 입에 남은 문장을 끝까지 잇지 못했어요. 민아: 검사받고 싶다고 말하면, 제가 도윤 씨를 못 믿는 사람 같아요. 해온 선생: 검사를 받고 싶다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도윤 씨를 믿느냐는 질문으로 바뀌었어요. 그때 입 밖에 못 낸 말은 뭐였어요?